안녕하세요, 파동입니다.
매년 5월 25일, 세계 실종아동의 날은 실종아동들이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사람들의 그리움과 간절함을 바탕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실종아동 신고가 매년 약 2만건씩 접수되었습니다. 그중 약 99.6%의 실종아동 신고는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0.4%(387건)의 실종아동 신고는 여전히 ‘미해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의 실종아동통계(2021)에 따르면, 총840명의 장기실종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결국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실종 신고 이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했는데도 아동을 찾지 못하면, 해당 사건은 경찰 행정력 분담과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미제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이렇듯 해결되지 못한 장기실종아동 문제는 부모에게 지속적인 상실을 겪도록 합니다. 이들은 자녀의 사망을 확인한 부모보다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죽은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비록 큰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지라도, 장례식을 치르고, 가족과 함께 자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애도 과정을 통해 상실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실종된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그들을 기다리지만, 시간이 흘러도 만날 수 없음에 좌절합니다. 또한, 애도의 적절한 시기를 놓쳐 오랜 시간 심리적 외상을 겪기 마련입니다.
나의 아이가 실종되었다가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 과정은 부모에게 있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일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장기실종아동의 부모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종찬 기자, 실종아동찾기협회 사무실에 붙어있는 실종아동 전단지(2016)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크게 4가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무기력(소진)입니다.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는 실동아동을 찾는 과정에서 ‘눈물만 나고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를 흔히 경험하였습니다. 또한, 아이의 실종을 경험한 이후 일정한 집중력을 쏟아야 하는 일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는 실종 신고 직후 매우 짧은 기간에 아이를 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둘째, 수면장애입니다. 자녀의 실종이 장기화 될수록,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혹시 모를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잠에 들기 어렵고, 자주 깨거나, 극심한 악몽에 시달리는 등 다양한 수면장애를 호소합니다.
셋째, 사회적 고립 및 대인기피증입니다.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는 자녀를 찾기 위해 오랜 기간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동을 발견하지 못함으로 인해 모든 것이부질없다는 허탈함을 느낍니다. 장기실종아동과 또래 아동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낮 시간에 그들을 보면 자녀에 대한 빈자리와 자신에 대한 분노를 더욱크게 느끼기 때문에, 밤 시간에만 외출을 한다거나 최소한의 지인들과만 관계를 유지하는 은둔생활을 지속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폭행‧ 살인‧ 자살 충동 및 우울증입니다. 장기실종아동의 부모들은 경우에 따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를느끼며, 사람들에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위를 실행에 옮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자녀의 실종을 겪은 뒤 망가진 개인의 생활 패턴으로 인해 인생을 끝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였으며, 스트레스가 심층적으로 쌓여 자살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장기실종아동의 부모가 이러한 증상들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 대학의 교수, Pauline Boss 가 제안한 개념인 모호한 상실감 (Ambiguous loss)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녀가 내 곁에 실질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딘가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는 아주 작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심리적 외상과 스트레스를 뜻합니다. 자녀의 사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도 못했지만, 동시에 아이를 발견하지도 못했다는 현실에서 비롯한 모호한 상실감은 명확하지 않고, 뚜렷하지 않은 감정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훨씬 더 크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깁니다. 이러한 장기실종아동의 가족에게 실종자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은 상실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김진숙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 참여한 부모들 모두 자녀가 사망했다면 유골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에 병원의 영안실, 야산까지 뒤진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모호한 상실감으로 인해 심각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장기실종아동의 부모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조성진 기자, '가짜' 속에 가슴치는 '진짜' 실종아동 부모들 (2016.02.15)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5년에 제정된 이후, 전국에 실종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단체가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장기실종아동 부모를 위한 의료 및 상담 지원 서비스가 진행되고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및 사회적 개입은 미국 등 해외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실상입니다. 장기실종아동을 둔 부모 및 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한 가족이 고통을 극복해내고, 그들의 형제자매까지 영향을 미치는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배당한 예산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부금을 더한 13억 3000만원 중, 장기실종아동 가족 구성원이 신체 및 정신적 질환을 얻었을 경우 지원되는 의료비는 한 가족당 최대 200만원입니다. 120만원인 일반치료비를 제외하면,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금은 80만원으로 아주 미미한 상태입니다. 서기원 실종아동가족협회 대표는 지원 대상인 실종아동은 200~300명이지만, 매년 6000만원 정도만 의료지원비로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오직 아동의 실종으로 인해서 생긴 질병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애매한 기준으로 인해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는 비판을 남겼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장기실종아동의 부모가 겪는 모호한 상실감을 세심하게 인지하고, 그들이 경험하는 고통에 공감하며 현실적인 지원체계를 하루 빨리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단장지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창자가 끊어질 듯한 아픔과 같다’ 고 하여 형성된 사자성어입니다. 생사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자녀를 매일 기다리는 장기실종아동의 부모가 가질 고통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장기실종아동의 부모가 심리적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어 일상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출처 및 더 많은 정보는?
이은주. "장기실종아동부모의 찾기노력에 대한 질적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학원, 2009. 서울 p. 108 - 110
김진숙. (2014). 장기실종 아동 부모들의 피해경험 연구. 피해자학연구, 22(1), p.65
김진숙. (2013). 장기실종아동 부모의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가족복지학, 18(4), 557-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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