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음파음파에서는 올해 논란이 된 ‘실종수사기법으로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안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보려 합니다.
2022년 8월 더위가 한창이던 때, 수원에 거주하던 엄마와 두 딸이 A4 용지 9장의 유서를 남기고 집에서 숨진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수년 동안 암과 난치병 등 건강문제와 생활고로 힘든 생계를 이어가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명 ‘수원 세모녀’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해지면서 또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왜 그들은 아무런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는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누구의 눈길에도 들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사회가 적극적으로 위기가구를 발견해내야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원 세모녀 사건이 더 궁금하다면?)
사건 이후 현행 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간담회에는 경찰청과 더불어 사회보장정보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하였습니다. 정부는 세 모녀가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여 주민등록 상 주소지와 다른 지자체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이럴 경우, 사회적 지원 및 복지 혜택을 받기도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 신청하여 자격이 명확히 확인될 때만 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간담회를 통해 주거지 미상인 취약계층 등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들의 발굴, 지원을 위해 경찰청 등의 도움을 받아 실종자나 가출자에 준해 위치를 파악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실종아동을 찾는 데 사용되는 수사방식을 위기가정 수색에도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상황 상 신청이 불가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는 위기가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수혜 대상자를 탐색하여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두 가지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첫째, 법적 근거입니다. 연락처와 거주지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열람 및 확인을 위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실종자의 위치 및 통신기록을 확인하는 경우는 18세 미만, 혹은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기에 성인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기가구를 끝까지 사회가 발굴해내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입장입니다. 과거 파동의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실종 수사 전문가, 이건수 교수님께서도 “위기가구 발굴에 실종 수사 기법과 인력을 동원하려면 먼저 법을 개정해 수사 가능 사건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열람에 있어 대중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59세 성인 8,1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참여, 자본,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1.7%가 “갑자기 큰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인 실종 문제에서도 늘 언급되는 만큼 성인의 개인정보 보호 범위 및 정도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인력부족입니다. 경찰 측은 인력 부족 탓에 현실적으로 위기가구 발굴까지는 맡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실종 수사 인력은 현재 전국을 합쳐 800여명 남짓이지만 실종신고는 연간 10만건 이상 들어옵니다. 지금도 실종수사팀 인력이 부족하여 강력팀과 형사팀이 함께 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위기가구의 적극적 발굴까지 맡는다면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하여 복지부는 최대한 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위기가구를 찾고, 어려운 경우에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위기가구를 찾아낼 지자체 공무원도 부족한 실정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발견하겠다는 취지로 움직이는 ‘찾아가는 보건복지 전담팀’의 경우도 1명의 인력이 실제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고 지원하는 건수는 평균 105가구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논란이 계속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와 같은 보완책을 내세웠습니다.
우선, 위기가구를 발굴한다는 것 자체가 사후 처리 방식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더불어 수원 세모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채 문제로 노출을 꺼리는 경우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힘들기에 부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복지혜택을 연계시켜 주는 사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복지 전담인력과 예산 확충입니다. 어떠한 방식이든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조사 및 수사/지원 등 모든 것들이 불가할 것이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어떤 방안과 해결책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할지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고민하고 있는 사안 모두 우리 사회에 부족한 점으로 꼽히는 것들이지만 결국 부딪치는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인권문제, 법적문제, 예산 문제 등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을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여 우리가 첫 걸음을 떼야 하는 방향은 어느 곳일까요? 아직도 사회는 그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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